유럽 화가들이 가난한 사람을 그린 이유

2021. 1. 3. 13:25신문읽기/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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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페 데 리베라, <내반족 소년>, 1642년, 캔버스에 유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마태오복음 19장 24절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아예 ‘부자는 천국으로 갈 수 없다’고 못박은 셈이다. 그 옛날 서양 부자들은 이 구절을 읽을 때마다 심정이 어땠을까. 죽은 뒤 지옥 가기는 두렵고, 그렇다고 현세의 안락을 보장해주는 돈도 포기하기 힘들고. 진퇴양난이었을 것이다. 이때 교회는 부자들에게 한 줄기 빛 같은 해결책을 내놓았다. ‘신은 우리의 행동을 보고 있으며, 가난한 이에게 자선을 베풀면 천국에 갈 수 있다.’ 즉 가진 돈 중 약간만 내놓으면 문제없다는 얘기다. 다행히(?) 가난한 사람은 주위에 널려 있었기에, 부자들은 천국행 티켓을 사 모으듯 그들에게 자선을 베풀 수 있었다.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 ‘나는 착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은 덤으로 따라왔다. 그리고 그 증거를 그림으로 남겨 집에 걸어두었다. 리베라의 <내반족 소년>도 그런 ‘선행의 증거’ 중 하나다. 소년이 왼손에 쥔 쪽지엔 보란 듯이 또렷하게 “(당신이) 신의 사랑을 받으려거든 저에게 자선을 베풀어주세요”라고 라틴어로 적혀 있다. 당시 라틴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교육을 잘 받은 상류층뿐이었다. 이 그림의 의뢰자는 자신이 쪽지의 내용을 잘 실현하고 있음을 과시하고 싶었으리라.」

 

- 이유리 작가.


원문보기:
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976959.html?_fr=mt2

 

‘가난한 장애 소년’ 그림을 ‘천국행 보험’ 삼은 부자들

[토요판]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2)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명화에 등장하는 가난한 자들고난 속 삶 긍정하는 메시지뿐?적선 통한 구원 갈구한 부자들천국행 염원에 빈자를 장식물로선거철 시장·

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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