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추천] 인물관계로 본 < 퀸스 갬빗> 후기

2021. 2. 13. 18:50영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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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퀸스 갬빗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체스를 소재로 한 영화인데요, 유럽과 미국에서 체스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입니다. 간단한 줄거리와 인물관계를 정리해보았습니다. 

 

 

넷플릭스-퀸스갬빗-포스터
퀸스갬빗-포스터

**결말 및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줄거리

주인공은 엘리자베스 하먼. 엄마와 둘이 살았지만 엄마가 죽으면서 고아원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그러다 15살에 입양된다(15살이지만 입양될 때 13살이라고 속이고 입양됨). 하먼은 우연히 고아원에서 관리인 샤이벌을 통해 체스를 배우게 되고 천부적인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입양된 뒤, 샤이벌에게 돈을 빌려 지역 대회에 나가 챔피언이 된다. 양어머니는 처음에 하먼이 체스를 두는 것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지만 하먼의 재능을 알게 되고 하먼의 체스선수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드라마는 정상을 향해 도전하는 과정에서 성장해가는 하먼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감상 포인트

1. 인물 관계

 

드라마는 주인공인 하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하먼을 둘러싼 인물관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 친엄마와 하먼

친엄마는 과거 회상 장면에서만 등장한다. 그리고 매화가 시작될 때마다 서두에 엄마와 하먼의 옛 장면들이 나온다. 처음에는 이 내용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두 번째 볼 때, 친엄마의 대사 하나 하나가 중요한 대사처럼 느껴졌다. 가령, "인생은 결국 혼자 살게 되어 있으므로 자신을 돌 볼 줄 알아야 한다"는 말, "남자들은 널 가르치려 들 거다. 그런다고 너보다 더 똑똑한 건 아니니 그냥 지나쳐라"라는 말들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하먼은 친엄마와 실질적으로 많은 추억을 쌓지는 못했지만 그의 기억과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외로움의 근원이기도 하다. 드라마를 보면 하먼은 친엄마의 말을 잘 따르려고 하는 것 같다. 그리운 엄마를 떠올리면서 엄마가 생전에 남겼던 말들을 유언과 교훈 삼아 인생을 살아가려고 한다. 기억 속의 엄마는 실재하지 않지만 하먼에게 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존재다. 

 

- 양어머니와 하먼

처음에 양어머니는 하먼에게 별로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남편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그는 외롭고 우울한 존재다. 사실 입양한 자식까지 돌볼 여력이 없어 보인다. 그러다 남편과 별거하게 된다. 사실상 이혼이다. 그 뒤로 양어머니는 경제적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그러다 하먼이 체스 대회에서 상금을 받는 것을 보며 체스를 통해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속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하먼이 돈을 버는 것을 보고 돈만 보지는 않았다. 엄마로서의 책임감을 생각하게 되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미심쩍었다. 정말 하먼을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걸까? 돈때문에 그러는 속물은 아닐까? 하지만 드라마를 보다 보면 하먼을 진심으로 위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체스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야"라는 그의 말은 그가 하먼을 돈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하먼이 양어머니에게 "이기지 않으면 비행기값을 못낼 수도 있어요"라고 하는 것을 보면 그가 더이상 경제적 목적으로 하먼을 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체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하먼이 모든 경기 내용을 세세히 설명하는 것을 끝까지 들어준다. 관심없는 일에 대해 이처럼 잘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게 체스 대회를 함께 다니며 둘은 깊고 끈끈한 연대를 형성했다. 그는 하먼의 실재하는 정신적 안식처다. 

 

이런 점을 생각하고 나면 그가 죽었을 때 하먼이 느끼는 상실감과 슬픔은 감상하는 이에게 더 슬프게 느껴진다. 

 

- 샤이벌과 졸린

둘은 고아원 시절, 하먼이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던 인물들이다. 샤이벌은 하먼에게 체스를 가르쳐주었고 졸린은 가장 친한 친구였다. 갑자기 고아가 되면서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진 하먼과 관계를 형성했던 유이한 인물들이다. 이들의 존재는 입양된 뒤 하먼에게 잊혀진 듯 했다. 입양된 뒤부터 6화 이전까지 이들에 대한 언급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다 하먼이 인생에서 가장 방황했을 시기, 이들의 존재가 구원자처럼 나타난다.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 아닌가 싶다. 양어머니가 죽고 세계챔피언이라는 목표달성에는 실패했을 때 하먼은 심한 박탈감, 외로움, 혼란을 느낀다. 돌이켜보면 두 엄마의 죽음, 양부의 무책임함을 겪으면서도 하먼은 동요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리만치 침착했다. 하지만 속은 썩어들어가고 있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이제 하먼의 곁에는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었다. 아니, 없다고 느껴졌다. 

 

그런 때 나타난 인물이 졸린이다. 

졸린은 샤이벌의 죽음을 전하러 하먼을 찾아왔다. 샤이벌은 이제 이생에 없는 인물이 되었다. 하먼은 샤이벌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졸린과 함께 고아원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자신을 잊지 않았던 샤이벌의 흔적을 마주하게 된다. 샤이벌은 더 이상 이생에 없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하먼은 이때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지 않았을까 싶다. 어딘가에서 자신을 지지해주는 인물이 있다는 생각은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또 하먼은 졸린이 샤이벌만큼이나 자신을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혼자라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버티려했지만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되고 마음을 다잡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개인적으로 7화의 앞부분, 방황과 외로움을 이겨내는 하먼의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 베니와 베틱, 그리고 다른 남자들

하먼의 친엄마는 생전에 하먼에게 스스로를 돌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엔 혼자가 되기 때문에 혼자가 됐을 때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주변 남자들의 말을 그냥 지나치라고 한다. 드라마의 줄거리는 생전에 엄마가 했던 말처럼 진행된다. 하먼은 혼자가 되고 자기보다 덜 똑똑한 남자들이 주변에서 훈수를 둔다. 

 

하지만 이 작품의 핵심은 친엄마의 말과 다르게 되어가는 데 있다. 하먼은 졸린을 만나면서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됐고 소련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주변 남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우승하게 된다. 물론, 남자 동료들이 준비한 대로 대회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 하먼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적어도 정신적으로 그들은 하먼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고 결과적으로 하먼은 술과 약 없이도 수를 읽어 우승을 하게 된다(술과 약은 하먼이 중독된 존재들이다. 하먼은 술과 약에 의존하며 인생을 버텼다. 체스를 둘 때도 약이 없이는 머릿속에서 체스판을 그려가며 수를 읽지 못했다).

2. 사회와 개인

드라마 곳곳에서 개인해방을 상징하는 장면들이 나타난다. 드라마는 냉전사회였던 1950-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먼은 소련 국제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는데 이때 재단으로부터 후원제안이 들어온다. 이 재단이 하먼에게 정치적 성격의 발언을 요구하자 하먼을 후원을 거절해버린다. 후원이 끊기자 하먼은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다. 정부는 사람을 붙여 소련에 보낸다. 그리고 정부인사는 하먼을 통해 정치적 메세지를 전하려고 한다. 물론, 하먼은 거절한다. 작품은 미국인인 하먼이 소련 할아버지들과 길에서 체스를 두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그는 정치적 이념에 엮이지 않는 한명의 개인이자 체스선수일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하먼이 개인해방적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또 다른 개인들과의 연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먼이라는 개인은 또 다른 개인들과 연대하여 사회를 만듦으로써 집단주의적 사회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확실히 연대의 가치를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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