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추천] <승리호> 후기 _ 영화보다 빛난 영화 속 세계

2021. 2. 19. 12:26영화, 드라마

728x90
반응형

화려한 캐스팅과 넷플릭스 시청률1위를 기록하기도 하면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 승리호를 소개합니다. 간단한 줄거리와 감상평을 남겨봤습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영화인데, 단점과 장점이 명확해보이는 영화인 듯 하네요.

 

 

<승리호>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스포주의

 

줄거리

시기는 2092년. 지구는 황폐화되었고 생명이 살기 어려운 공간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어느 과학자의 발명으로 화성에 새 생명을 가꾸게 되었고 화성을 하나의 지구로 만들어 살 수 있게 되었다. 그곳을 UTS라고 부른다. UTS에는 선택받은 사람만이 시민권을 획득하여 살 수 있었다. 한편, 우주에는 온갖 우주 쓰레기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그곳을 청소하는 우주 청소부가 있는데, 승리호도 우주 청소부들 중 하나다. 어느 날 우연히 도로시 또는 꽃님이라는 아이가 승리호에 들어오게 된다. 이 아이에게는 나노봇이 주입되어 있다. 나노봇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 나노봇을 통해 UTS를 만들게 된 것이었다. UTS 설립자라고 칭하는 설리반은 나노봇이 주입된 도로시(꽃님)를 죽임으로써 지구를 영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려고 한다. 승리호는 도로시를 살리고 지구를 구하고자 맞선다.

 

 

감상

국뽕이 차오르는 영화

영화를 보고 난 뒤 첫느낌은 국뽕이 차오른다는 느낌이었다. 포털에서 영화 평점을 보니 비슷하게 느낀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특히, 대부분 우리나라의 CG기술이 이만큼 발전했다는 점에 대해서 일종의 대견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영화의 기술적 부분에서는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관련된 내용은 평하지 않으려고 한다. 국뽕을 느끼게 한 부분은 영화 도입부와 엔딩 이후에 있다. 국뽕을 느끼게 한 첫 번째 장면은 도입부에서 '승리호'라는 이름의 우주비행선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다. 주인공들의 등장씬인 만큼 영화에서는 꽤나 거창하게 꾸미고 있다. 우주 청소부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능력자로서 승리호가 등장한다. 영화에서는 세계 시민들이 통역기를 통해 국적 구분 없이 소통한다. 세계 시민이 어우러져 있는 곳에서 태극기를 달고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이 국가주의적 감성을 불러일으켰다. EPL에서 뛰는 손흥민을 보는 기분이랄까.

 

두 번째로 영화가 끝난 뒤에 국뽕이 차올랐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인 집단이 악당과 싸워 세계를 구하는 스토리 때문이다. 둘째, 한국인 집단이 맞선 '악'의 성격 때문이다. 영화에서 도로시가 아빠로부터 들은 말이 인상적이었다. "우주는 위아래가 없대요. 각자 자기 위치에서 자기 역할을 하는 것 뿐이래요" 이 말에 영화의 메세지가 담겨 있다고 보았다. 우주는 본래 평등한 곳이다. 하지만 UTS 설립자 설리반은 지구와 UTS를 나누어 등급을 매기고 차별한다. 영화 속 '악'은 경계와 구분, 차별을 상징한다. 승리호의 싸움은 그 경계를 허물고 상생, 화합, 평등이 만연한 평화를 위한 싸움이었다. 셋째, 군림하지 않는 영웅으로서 승리호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승리호가 앞장서서 싸운 것은 맞다. 하지만 블랙폭스도 있었고 우주 청소부 동료들도 함께 싸웠다. 승리호는 평범한 우주 시민들 중 제일 중요한 임무를 맡았을 뿐이다. 실제로 이들은 '승리'한 뒤에 다시 청소부로 돌아간다. 

 

업둥이의 말처럼 '승리'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승리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다. 현실에서 패자는 손해를 보고 피해를 입는다. 그 피해자 중 한 사람이 설리반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승리호의 승리는 패자 없는 승리를 향한다. 악당의 죽음이 아니라 생명의 원천으로 상징되는 도로시를 '살림'이 승리의 핵심이 되고 있는 점은이 영화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그동안 영화 속에서 세계를 구하는 주체는 미국인이었다. 화성침공, 어벤져스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그런 영웅을 한국영화에서 만들어냈다. 그 영웅들은 세계 시민이 국적불문 어우러져 있는 곳에서 함께 지내고 있는 평범한 우주 시민 중 하나일 뿐이다. 또한 싸움을 통해 쟁취한 세계는 상생과 화합의 세계다. 이런 점들로 볼 때 이 영웅들은 제국주의적이지 않은 시민적 평화주의자다. 기존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와 다른 특징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영화가 넷플릭스에서 잠시나마 전세계 시청률 1위를 했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세계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세계에 한국적 영웅상을 제시했고 그것이 많은 세계 시청자에게 전달됐다는 점이 좋았다. 

 

갈 길 먼 히어로물

지금까지 좋았던 점들만 얘기했지만, 사실 아직 갈 길은 멀다.

 

일단, 클리셰와 신파가 영화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이른 바 '오글거림'으로 인해 집중을 흐트러뜨리는 장면들이 곳곳에 보인다. 유치하다는 느낌도 든다. 

 

악당의 캐릭터도 약하다. 설리반이 지구에서 겪었던 피해 내용들을 언급하며 설리반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노력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칠 뿐이다. 인간의 위선을 지적하는 설리번은 사실 가장 큰 위선자로 그려진다. 그럼으로써 보는 관객들은 동정심 보다는 명백한 타도의 대상으로서 설리반을 보게 된다. 악의 인물을 타도하는 데 있어 별 갈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인간의 위선을 지적하는 설리반의 메세지도 별로 강하게 와닿지 않는다. 예컨대, <다크나이트>의 조커는 가장 인상적인 악역으로 꼽히곤 한다. 조커는 교묘한 방법으로 갖가지 테러를 일으킨다. 강력한 악당이기에 사람들이 조커에 환호하는 것은 아니다. 조커는 일종의 '놀이'로서 테러를 자행한다. 그리고 시민들과 베트맨을 딜레마에 빠뜨림으로써 영화의 긴장감을 더한다. 이런 부분들은 관객들에게 인간성, 윤리적 선택 등에 관한 철학적 질문거리를 던져준다.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면서 감상의 깊이를 더하는 장치들이다. 그런 장치들을 너무 직접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어색하지 않게 연출해서 보여준다. 꼭 <다크나이트>를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승리호>가 더 좋은 영화가 되려면 보다 자연스러운 연출과 재미를 더해줄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해 보인다. 그럴 때 A급 또는 S급 히어로물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총평

영화 자체는 많이 부족한 영화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만들고자 한 세계는 되새겨볼 만하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