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_인간] 협력과 상호성의 뉴노멀

2021. 1. 22. 19:57신문읽기/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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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범철 kartoon@hani.co.kr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보건위기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위기들, 이를테면 기아, 빈곤, 기후변화, 멸종, 배제, 불공정, 불평등의 위기들과 증상만 다른 같은 위기들이다. 이 위기들은 모두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분리된 존재이며, 다른 생명체보다 우월한 존재이기에 자연을 착취할 수 있는 주인이자 소유자, 정복자라는 기계론적, 군사주의적, 인간중심주의적 세계관에 근본적인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위기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위기의 증상만 다루려 할 것이 아니라, 바로 이 공통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반다나 시바(세계화국제포럼 상임이사)는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위기에 대해 이와 같이 진단하고 있다. 

그리고 보다 구체적인 사상가들의 이름과 그들의 주장을 제시하며 '남성성'의 문제를 제시한다. 

 

"이른바 ‘근대 과학의 아버지’라는 프랜시스 베이컨자연을 죽어 있는 불활성의 물질로 환원하며 ‘남성적인 시간의 탄생’을 경축했다. 르네 데카르트다른 생명체를 마구잡이로 채굴되어도 상관없는 생명 없는 기계로 보았다. 존 로크는 공유재인 땅에 대한 약탈과 소유를 정당화했다.

이렇게 부상한 근대의 환원주의적이고 기계론적인 세계관은 곧 자본주의와 결합했다. 애덤 스미스'자신의 환경을 개선하려는 우리의 욕구는 자궁에서 태어ㅐ나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된다'고 주장했다. 스미스에게 영향을 받은 찰스 다윈경쟁과 적자생존을 생물학과 진화의 원리로 보았다. 이 관점들은 모두 인간을 이기심을 본성으로 하는 존재, 부족한 자원을 놓고 서로 경쟁해야만 하는 원자화된 존재로 본다. 만약 이들이 자신들의 이론을 구성하면서 경제의 최소 단위를 부르주아 남성 개인이 아니라 어머니로 보았다면, 과연 이런 폭력적인 공리를 정립할 수 있었을까?"

 

인류의 문제를 '남성성'이라는 이름으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 누군가에겐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류가 수천년 간 남성 중심의 역사를 살아온 것은 사실이다. 철학과 사상도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남성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논의되어왔다. 그렇게 남성중심적으로 만들어진 사고 방식에 대해 '남성성'이라고 칭하는 것이 꼭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논의의 초점은 여기에 있지 않다. 인류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왔던 사고방식을 돌아보자는 것이다.

반다나 시바는 이런 '남성성'에 대한 대안으로  인간의 또 다른 특성을 제시한다. 

 

"이런 관점들이 보지 못한 것이 있다. 그것은 인간에게는 자원을 재생할 수 있는 잠재력, 공동으로 부를 창조하고 그것을 공평하게 나눌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과학자들도 발견하기 시작했듯이, 진화를 이루어온 것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다. 분자, 세포, 유기체, 생태계, 지구 전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삶을 조직하는 기본 원리는 협력과 상호성이다."

 

애덤 스미스, 프랜시스 베이컨, 르네 데카르트 등이 반다나 시바의 말을 들었다면 억울해 할 수도 있다. 

자신들은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했을 뿐이고, 실제로 사람들은 욕망과 경쟁을 통해 발전하며 오늘날 발생한 문제들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금 일어난 문제들을 자신이 주장했던 내용들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과하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과거에 애덤 스미스, 프랜시스 베이컨, 르네 데카르트 등이 밝힌 내용도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경쟁은 인간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인간이 협력을 통해 발전한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건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무엇을 강조하는가에 달려 있다. 무엇을 강조하는가에 따라 이후의 방향이 정해진다. 그 방향을 미루어 짐작하고 자신의 초점과 주장을 정립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날 우리는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79845.html?_fr=mt0#csidx03b7841c0235afdab6541c4d5d41c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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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연속기고ㅣ 2021, 11개의 질문] ⑪젠더와 지구반다나 시바(세계화국제포럼 상임이사)

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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